[여의도풍향계] '라임·옵티'에 秋·尹 갈등까지…또 정쟁에 갇힌 국감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이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추미애 법무부 장관,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등 각종 정쟁성 현안이 정국을 뒤덮으며, 이번에도 '졸속 국감' '맹탕 국감'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.<br /><br />이준흠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국정감사는 흔히 '국회의 꽃'이라고 불립니다.<br /><br />정부 정책을 점검하고, 피감기관이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국민 입장에서 따져 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국감을 통해 국회는 우리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여러 기회를 만들었습니다.<br /><br />최근에는 유치원 사이에 만연한 회계 비리를 뿌리 뽑았고, 서울교통공사 임직원 고용 특혜 의혹을 수면 위로 올려, 전체 공공기관 채용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다 보니 관련 없는 유명인을 증인으로 부르거나, 눈에 튀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일도 잦습니다.<br /><br /> "저는요. 소신 있게 뽑았습니다. 소신 있게 뽑고요."<br /><br /> "그래서 우승했다는 얘기하지 마십시오.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. 그렇죠?"<br /><br /> "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것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…."<br /><br /> "과연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벵갈 고양이를 이 회의장에 갖고 온 것이 동물학대 아닐까요?"<br /><br />문제는 대부분의 경우, 여야 정쟁이 과열돼 전쟁터로 변하고는 한다는 것입니다.<br /><br /> "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세요! 본인이 나중에 말씀하세요."<br /><br /> "답변을 막은게 아닙니다. 이언주 의원님도 그만하세요."<br /><br /> "왜 질의를 계속하시냐고요!"<br /><br /> "자, 정회를 선포합니다."<br /><br />21대 국회 시작, 여야 모두 '일하는 국회'를 내세웠죠.<br /><br />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지난번과 비교하면 어땠을까요?<br /><br />코로나19 탓에 국정감사장 참석 인원을 줄이며 논란이 덜하긴 했지만, 증인으로 누구를 부르냐를 두고 여야 다툼이 벌어졌습니다.<br /><br />펭수, 이근 전 대위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논란을 일으키는 등 증인 신청부터 벌어지는 기싸움, 여전했습니다.<br /><br /> "병역의 공정성과 국민 보호라는 대한민국 헌법에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가치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 우리가 증인을 얘기하는 건데…"<br /><br /> "추미애 장관 자제분 문제는 야당이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습니다. 언론 보도만 해도 아마 1만 건도 넘을 겁니다."<br /><br />상대 당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지르거나 막말을 일삼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 "질의 시간에 답변을 하면 질의를 언제해요."<br /><br /> "질문을 그러면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그게 말이 돼요? 가만히 있으니까… "<br /><br />물론, 차분하게 정책질의를 이어가는 의원도 많았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이 가운데 큰 변화를 이끌 '한 방'은 없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.<br /><br />특히 이번 국정감사 직전,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, 북한 공격으로 숨진 공무원 사태 등이 현안으로 불거졌는데요.<br /><br />이는 고스란히 국감장을 뒤덮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이 제기한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은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적법한 휴가였다는 걸 뒤집을 결정타 없이 지루한 공방이 되풀이됐습니다.<br /><br />공무원 피격 사건 역시 군과 해경 등을 관할하는 모든 상임위원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든 핵심 주제였습니다.<br /><br />중간에 나온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 결과 역시 국감을 뒤덮었습니다.<br /><br />이 사안들은 모두 국감 중간에 수사 결과가 나오거나, 감사원 감사 결과가 확정됐지만, 이미 정치 쟁점화한 이후여서, 국가기관의 공식 발표마저 신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.<br /><br />특히 라임·옵티머스 사건을 중심에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, 윤 총장의 국회 출석으로 여야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.<br /><br />대외 활동이 거의 없는 윤 총장은 등장 자체가 화제였습니다.<br /><br />윤 총장이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, 여권은 윤 총장의 답변 태도 문제로 말싸움을 하다 시간을 허비했습니다.<br /><br /> "하이 참… 아니 이 사건이…"<br /><br /> "총장님, 자세를 똑바로 해주세요. 수감 기관입니다."<br /><br /> "지금 증인의 답변 태도가 묻는 말에만 답을 해야 되는데 하나를 물으면 10개를 답을 합니다. 도대체 누가 누구를 국감하는지 모를 지경이에요."<br /><br />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적절성 여부를 놓고는 여야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 "정치인이 수억대 뇌물 먹었다는 첩보가 들어왔는데 반부패 부장은 패싱하고 그걸 석달간이나 깔아뭉갭니까?"<br /><br /> "왜 그러셨어요.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장 줄 때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, 그 말 곧이곧대로 믿으셨어요?"<br /><br />정작 라임·옵티머스 피해 상황 분석과 재발 대책 등 정책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.<br /><br />여야 갈등으로 발생하는 정쟁, 이로 인한 정책국감 실종,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한숨까지, 국감이 끝날 때마다 이럴 거면 국감 왜 하냐며 '무용론'이 나오는 이유입니다.<br /><br />바람 잘 날 없던 국정감사는 이제 막을 내리지만, 국회는 계속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.<br /><br />민주당이 국감이 끝나자마자 출범하겠다고 예고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, 그리고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또다시 무한 대치정국이 펼쳐질 전망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. (humi@yna.co.kr)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